4·27 도지사 보궐선거에 나선 후보 및 각 당 지도부가 일제히 경제를 살리겠다고 밝혔으나,

 체감경기는 정치권과의 주장과는 딴판이다. 본지는 4·27 도지사 보궐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춘천·원주·강릉지역을 각각 대표하는 현장을 찾아가 ‘게릴라 민심 토론회’를 개최, 시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싣는다.

서민 애환 알고 해결 위해 일하는 도지사 필요

“득표만 급급 정치권 무관심 심각” 섭섭함 토로

“먹고 살기가 힘들어… 장사 잘 됐으면 좋겠다”


지난 17일 오후. 춘천의 대표적 5일 장터인 풍물시장은 발디딜 틈 없이 인파로 북적였다.

서울∼춘천 고속도로와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되면서 주말에만 한시적으로 빚어지는 풍경이다.

이날 풍물시장 한 상인은 춘천지역 지도를 손에 펴든 손님들에게 “전통 재래시장에서 장을 봐야

우리나라 경제도 살고, 서민들도 제대로 먹고 살 것 아닙니까”라고 목청을 높이며

“다음 주말에 또와요. 많이 드릴게”라며 손님들을 잡았다.

그러나 오랜만에 대목이 된 이날 장터에 모 후보의 선거운동원 3명이 등장하자 한 상인은

 “선거 때만 저러면 뭐하나, 표 얻기에만 급급한 정치인들은 보기도 싫다”고 손사래를 쳤다.

선거운동원이 지나간 뒤 상인들은 본지가 마련한 ‘현장 토론회’ 자리에서 재래시장 대책에

대한 정치권의 무관심을 질책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춘천 풍물시장 임봉삼(51) 번영회장은 “요즘 재래시장 정말 힘들다”고 운을 뗀 뒤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인해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먹고 살기 힘들다는 하소연을 많이 한다”며 “서민들의 애환을 잘 알고,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도지사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전했다.
건어물을 파는 한충열(56) 씨도 수심 가득한 얼굴로 재래시장의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유세 때만 재래시장을 찾아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간다.

그러나 선거 끝나고 찾아오는 이들은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질책했다.

이어 “초심 그대로 서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강원도를 이끌어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반찬가게를 운영 중인 홍경호(53·여) 씨는 “요즘처럼 이렇게 장사하기 힘든 적이 없었다”며

 “장사만 잘됐으며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어류를 파는 상인들의 목소리는 더욱 매서웠다.

김상열(45)씨는 “일본 방사능 여파로 어류를 사려는 사람들이 없다”며 “시장에서 가장 어려운 쪽이

아마 어류를 파는 우리 같은 사람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방사능 여파에, 고(高)물가 현상까지 겹치면서 장사가 정말 안 된다”며 “이렇게 어렵게 살고

있는 것을, 표만 얻으려는 정치권은 아마 관심도 없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임장균(80)씨도 “정치권이 헐뜯기에만 나설 것이 아니라, 서민들이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이 순서인 거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춘천 풍물시장 상인들이 쏟아낸 핵심은 ‘거창하고 막연한 공약보다는, 서민들이 당장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으로 요약됐다.

특히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재래시장이 갈수록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상인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웠다.

 2011. 4. 19 강원도민일보 박지은기자